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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몽골 이야기(11)

0 작성 : 2020년 06월 23일 10: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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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11편. 열린얌의 사랑 ’ -

식사는 마냥 고기가 가득하다.

이제부터 ‘ㄱ’님의 부인께서 정성스레 싸주신 비장의 고추장과 멸치의 성가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바타의 능숙하고 터프한 운전솜씨로 달리고 달린다.

오후 3시 경 몽골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고르왕새항 국립공원속의 ‘열린얌(Yolyn Am)’에 도착하였다.

날개가 3m에 달하는 큰 새 ‘열(Yol)’이 사는 일명 ‘독수리 요새’이다.

계곡입구에는 약 서른 마리의 말과 너 댓 마리의 낙타가 주인과 함께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고 몽골 옷을 입은 남자가 이런저런 공예품을 팔고 있다.

고집스러운 인상과 자태가 직접 공예품을 만드는 작가인 듯하다.

일행 모두 승마를 하기로 하고 그 중 검고 조금 큰 말이 나에게 배정 되었다.

길라잡이는 열댓 살 쯤 되는 소녀였는데 짙은 검은색 안경을 쓰고 있다.

돌아보니 일곱, 여덟 살 쯤 되는 아이들부터 십대 소년, 소녀들이 부모님 대신 관광객을 태우고 말을 몰아 왕복 4km 정도의 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다녀야 한다.

내 말은 처음에는 잘 가더니 어느새 뒤쳐지기 시작한다.

‘하필이면 가장 무거운 나에게 얻어 걸렸구나.“ 미안하여 목을 쓸어 주었다.

허리가 안 좋은 ‘ㄱ’님은 말에서 내려 끝까지 걸어서 간다.

말을 타고 2~3시간 들어가면 여름에도 빙하를 볼 수 있다는 시원하고 깊고 신비한 계곡이다.

양쪽으로는 넘어 올 듯이 깎아지른 철광석과 같이 검게 번쩍이는 절벽이 이어지는 내륙의 절경이다.

또 전략적으로는 여기 저기 높고 낮은 산속으로 매복하기에 아주 좋은 지형이다.

작은 시냇물을 따라 절벽 아래로 좁고 길게 이어진 풀밭으로는 다투듯 피어 난 키 낮은 꽃들의 진한 향기가 떠돈다.

갑자기 십대 후반의 소년 한명이 말굽소리 요란하게 시냇물을 건너뛰고 절벽 쪽으로 오르고 내리면서 말 타기 묘기를 부린다.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내말을 끌던 소녀가 갑자기 와-와-! 찬탄과 응원을 보낸다.

시간 여행처럼 젊은 몽골의 연인의 모습이 잠시 스쳐간다.

‘무지개 소녀, 설렁거 1’ ( 1218년. 올랄즈간이 열릴 때, 열린얌 계곡에서 )
                     
타븐살라가 무더기로 피어 있는 풀밭에서 바트남 오빠가 나의 손을 잡았다.

그 깊은 눈길을 받으며 나도 오빠의 손을 꼭 잡았다.


내일 달이 땅으로 숨으면 바트남 오빠는 말을 몰고 대 칸의 부대로 갈 것이다.

초원의 전사들은 카라코룸에 모여 머나먼 호라즘으로 원정을 떠난다고 한다.

오늘 아침 어머니가 여름 내내 말린 ‘보르츠’를 몰래 꺼내 오빠의 말안장 밑에 숨겨 두었다.


마치 내 마음처럼. 바트남 오빠의 눈에 비친 별빛이 다가 온다.


나는 눈을 감았다.

”설렁거야, 잘 다녀오마. 우리 집 염소와 말이 살이 마르지는 않는지, 우리 어머니가 자꾸 양을 잃어버리지는 않는지, 설렁거야, 네가 가끔 찾아가 돌봐다오.“


바트남 오빠의 목소리가 들풀의 향기처럼 귓전에 맴돈다.

오빠의 입김이 뜨거운 모래구름처럼 다가온다.


나는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껴안고 풀밭 위로 쓰러졌다.


풀꽃들의 향기가 풀썩 무지개처럼 피어오른다. *올랄즈간 (불루베리) *타븐살라 (질경이)
*보르츠 (말린 육포)
                  
돌아오는 길에서도 자꾸 뒤쳐지는 나를 바타가 능숙하게 말을 몰고 마중 나온다.


‘내가 낮 꿈을 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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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장영주 작, 몽골 기마무사, 수채

◇ 원암 장영주(元岩 蔣永柱) 화백의 주요약력 및 경력

- 1947년 충북 청주 출생
- 제천동명초등학교(47회)·청주중·청주고·청주교육대학 졸업
-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
- 화가·선도명상가·국학원 상임고문(현)
- 개인전 13회
- The 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 수학(2017년)
- 카자흐스탄·몽골·미국·일본·프랑스 등 국제전 출품
- 대한민국 미술협회이사 역임
- 한국 크로키회 설립(1985년)
- 목우회 공모전 대상 수상
- 저서 '명상으로 몸 그리기’ 출간
- 명예철학박사 
- 2019년 목우회공모전 서양화분과심사위원장


[이 글은 당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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