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칼럼
칼럼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몽골 이야기(13)

0 작성 : 2020년 07월 07일 08:35분

a083e7d95bf76e5b3754fbcbea065726_1594078203_3544.jpg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13편. 모래의 합창’ -

어제부터 오른쪽 차창 옆으로 산맥 하나가 함께 달린다.

바로 우리 조상들의 옛 터전일 수도 있는 ‘알타이(금산)산맥’의 끝자락이다.

 

정오가 되니 왼쪽 멀리 모래 구릉 같은 모습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점심때를 훨씬 지나 진짜 고비의 모래사막이 펼쳐지는 헝거린엘스(Khongoryn Els) 게르 캠프에 도착한다.

멀리 뎀에(낙타)가 20~30마리씩 줄을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오전, 오후 두 번씩 또는 인원이 차면 수시로 모래 언덕까지 뎀에를 타고 오가는 관광객 무리들이다.

우선 밥을, 아니 고기를 먹고 게르에서 잠시 쉰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들었다.

바타의 재촉에 차에 올라 20분 정도 걸리는 진짜 모래산을 향해 출발한다.

눈앞에 치솟은 높고 누런 모래언덕은 소리를 울리며 바람에 날려 오거나 눈사태처럼 몰려온 모래가 쌓인다고 ‘노래하는 모래언덕’이다.

모래가 합창하는 몽골의 명사산(鳴砂山)이다.

180km 정도의 길이에 넓이가 30km에 달하는 거대한 모래더미는 강한 편서풍으로 계속 이동하기에 ‘움직이는 모래 산’이라고도 불리 우고 가장 높은 언덕은 ‘도트망항’ 이다.

오후 4시 경이지만 해가 늦게 지는 고비인지라 아직 한낮이다. 며칠간 차를 타고 달리기만 하다가 느릿느릿 걷는 뎀에를 보니 시간이 멈춘 태고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동서남북, 하늘 끝까지 모래 땅, 아니 모래 바다이다.

갑자기 차를 세운 ‘ㄱ’님과 ‘ㅎ’님이 사진기를 둘러메고 달리기 시작한다.

마침 모래 산을 향하는 약 서른 마리의 뎀에 관광행렬을 만난 것이다.

두 분은 카메라를 들고 마치 각개 전투하는 군인처럼 내달리고, 엎드리고, 앉고, 서면서 연신 셔터를 누른다.

그 열정에 이끌려 나도 차에서 내려 현대판 카라반 행렬을 그린다.

검은 옷으로 전신을 감싼 부부가 인솔하고 템에의 고삐를 끄는 현지인들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인솔자는 열정이 넘치는 우리의 사진작가들에게 뎀에가 놀라면 사람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주는 듯하다.

물론 우리의 사진작가들은 못 알아듣는 건지, 모른 척 하는지 결국 여주인이 낙타에서 떨어졌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바타 아우는 책임을 크게 뒤집어 쓸 뻔했다고 주의를 준다.

주로 이탈리아 관광객들을 태운 카라반 행렬이 모래 산 바로 아래에서 뎀에를 내려 혹은 걸어 올라가고 혹은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갑자기 뎀에 길라잡이 청년과 소녀가 모래밭을 내달린다.

앞서 달리던 소녀는 뒤 쫒아 온 남자에게 잡혀 모래밭에 내동댕이쳐진다.

청년은 쓰러진 소녀의 얼굴과 머리에 심할 정도로 모래를 껴 얹는데 마치 우리가 시냇물에서 물장구치며 놀듯이 모래장구를 친다.

난폭하다 싶을 정도이지만 소꿉장난 같은 사랑싸움이 분명하다.

 

남녀의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다.

처음 보는 거대한 모래사막의 모습과 유유히 풀을 뜯고 자유롭게 쉬는 뎀에와 사람들에 취하여 스케치를 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돌아보니 70세쯤 되는 이탈리아 남자 관광객이 뙤약볕 아래에서 10분 넘게 지켜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싱끗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구반대편에서 태어나 살다가 머나먼 몽골의 고비의 한구석, 헝고르엘스에서 만나다니!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인연이 고마워서 “Just moment"! 하고 1분 초상화를 그려 주었다.

비록 1분간의 작업이지만 나는 그걸 위해 평생을 바쳐 화업을 닦아 왔다.

무사의 단 한 번의 칼질이 그와 상대의 생명을 좌우하듯이 나의 단 한 번의 붓 길로 나와 상대의 영혼의 꽃이 피어난다.

이번에 영혼을 꽃피울 상대는 이탈리안 ‘레오(LEO)’씨 이다.

“레오(LEO)씨, 빨리 그린다고 결코 싼 그림이 아니요. 10개월이 되어야 아기가 태어나고, 흙 속의 뿌리가 오랜 동안 뻗어야 꽃 필 수 있듯이, 보이는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인고의 땀과 눈물에 의한 탄생인 것이라오. 레오 씨, 당신께 내 그림에 깃든 하늘의 영원한 축복을 드립니다.”

무언의 에너지로 그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


레오(LEO)씨가 주변의 동행들에게 그림을 흔들며 자랑을 한다.

모래알알이 모여 거대한 사막을 이루듯이 “우리는 한얼 속에 한울 안에 한알이다.”

틀림없다.

a083e7d95bf76e5b3754fbcbea065726_1594078502_4154.jpg
<그림, 장영주 작, 사막에서 만난 레오(LEO)씨, 붓펜, 수채>

 

◇ 원암 장영주(元岩 蔣永柱) 화백의 주요약력 및 경력

- 1947년 충북 청주 출생
- 제천동명초등학교(47회)·청주중·청주고·청주교육대학 졸업
-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
- 화가·선도명상가·국학원 상임고문(현)
- 개인전 13회
- The 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 수학(2017년)
- 카자흐스탄·몽골·미국·일본·프랑스 등 국제전 출품
- 대한민국 미술협회이사 역임
- 한국 크로키회 설립(1985년)
- 목우회 공모전 대상 수상
- 저서 '명상으로 몸 그리기’ 출간
- 명예철학박사 
- 2019년 목우회공모전 서양화분과심사위원장


[이 글은 당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김상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New

새글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몽골이야기(18)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18 편. '공룡의 울음' -​다음날도 달리고 또 달린 끝에 ‘바양작’에 도착한다.​바양작(Bayan… 더보기

[기행문] 원암 장영주 화백의 몽골 이야기(17)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17 편. 게르의 철학 -​게르는 수 십 채가 있어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세워진다. ​유목 생활을 통… 더보기

[기행문] 원암 장영주 화백의 몽골 이야기(15)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15편. 바람의 고향 ’ -​‘몽골의 어머니’ 어머니는 모든 가축의 주인이시다. 무척이나, 무척이… 더보기

[기행문] 원암 장영주 화백의 몽골이야기(14)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14 편. 천신무예(天神武藝)’ -​아침 일찍 일어나 게르 밖에 앉아 어제의 스케치 작품들을 완성한… 더보기

[칼럼] 7월의 유일한 열쇠 '법(法) 정신'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7월의 유일한 열쇠 '법(法) 정신' -​5월은 아름다운 효의 달이고, 6월은 엄정한 충의 달이다. ​7월은 누구나 존중하여… 더보기
Now

현재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몽골 이야기(13)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13편. 모래의 합창’ -​어제부터 오른쪽 차창 옆으로 산맥 하나가 함께 달린다. ​바로 우리 … 더보기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몽골 이야기(12)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12편. 드디어 사막으로 ’ -​울란바타르에서 차로 3일을 꼬박 달리자 겨우 고비의 입구에 이르렀… 더보기
Hot

인기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몽골 이야기(11)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11편. 열린얌의 사랑 ’ -​식사는 마냥 고기가 가득하다. ​이제부터 ‘ㄱ’님의 부인께서 정성스… 더보기
Hot

인기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몽골 이야기(10)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10편. 완전 꼴찌의 행복 ’ -​아침을 뜨자마자 곧 열린얌으로 내달린다. 200km로 약 4시… 더보기
Hot

인기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기행(9)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9편. 유쾌한 바타 씨’ -​몽골인들은 러시아, 중국, 일본산보다 ‘설렁거스’… 더보기
Hot

인기 [칼럼] 호국(護國)과 보훈(報勳)

댓글 0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 호국(護國)과 보훈(報勳)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은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고, 보훈은 그 은혜를… 더보기
Hot

인기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기행(8)

댓글 0
-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8편 몽골인의 마음 ’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한 나라의 철학과 국민성을 알려면 그 나라의 국기와 국… 더보기
Hot

인기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기행(7)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댓글 0
-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7편. 몽골인의 몸 ’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몽골’이란 말은 ‘용감하다’란 뜻의 부족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더보기
Hot

인기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기행(6)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댓글 0
-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 6편. 흰 음식, 빨간 음식 ’ -​​<원암 장영주/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게르의 조식에는 대개 약간 시큼한 요구르트가… 더보기
Hot

인기 [기행문] 장영주 화백의 기행(5)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댓글 0
바람의 고향, 몽골에서‘ 제 5 편. 고시례~! ’ <원암 장영주/ 화가·(사)국학원 상임고문·명예철학박사>​이름 모를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또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더보기